자연은 언제부터 인공적인 것이 되었는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자연 풍경을 ‘진짜 자연’이라 믿으며 자라지 않을까.
장소연 작가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자연이라 여겼던 풍경들이, 실은 인공적으로 연출된 장면들이었음을 어느 순간 자각하게 되었다. 길가의 나무, 아파트 단지의 꽃밭, 동물원과 식물원, 수족관 등 우리 주변 곳곳에 배치된 조경과 풍경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구성된 인공물이었다.
이러한 인식의 틈은 작가에게 하나의 질문으로 남았다. 우리는 무엇을 ‘자연’이라 부르고 있는가. 이 질문은 곧 관찰과 회화로 이어졌고, 작가는 일상의 다양한 공간에서 자연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특히 부모님을 따라 방문한 산소에서 마주한 풀과 가지들의 들쭉날쭉한 형태는 작가의 눈에 낯설게 다가왔고, 그것은 회화적 언어로 수집되기 시작했다.
작가는 마치 식물도감을 만들 듯, 자신이 경험하고 재해석한 식물의 형상들을 화면 위에 하나씩 기록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마스킹 후 떼어내는’ 기법을 통해 일부 형상을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드러내며, 식물의 파편적인 감각을 조형적으로 구성한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수집하고 잘라내고 다시 배열하는 회화적 ‘뜯어내기’의 과정인 것이다.
그의 도감은 과학적 분류나 식물학적 정보가 아닌, 감각과 기억의 리듬으로 이루어진 시각적 기록이다. 동시에 그것은 오늘날의 인공 자연에 대한 질문이자, 인간이 자연을 ‘관리’하고 ‘설계’하며 만들어낸 풍경에 대한 불편한 응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경험한 자연에 대한 고유한 기록이며, 익숙한 풍경 속에서 다시금 낯선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회화적 탐색이다. 작가의 눈에 비친 식물들은 하나하나가 기억이고, 질문이며, 재구성된 장면이다. 이 식물도감을 통해 우리는 자연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